<가사노동과 영성훈련의 상관관계>
대딩시절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연습 (두란노)"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지은이가 수도원의 설거지 같은 잡일(chores)을 하면서도 하나님과 친밀한 사귐을 나누는 것이었다.
과연 가사노동으로 대표되는 집안의 잡일과 영성훈련과 상관 관계가 있나?라는 의문을 오랜 시간동안 품고 온 나이다.
오늘 그 중간 점검 결과를 되세겨 보고자 한다.
먼저 이 땅의 많은 로렌스 자매들이 가사노동과 영성훈련의 상관관계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 로렌스 자매들은 가족을 위해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며 깊은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이 땅의 대표적인 로렌스 자매인 어머니들 그들이 신앙이 깊은 이유가 어디 있나를 따져봤을 때, 개인적인 결론은 가사노동을 묵묵히 수행해온 결과라 믿는다. (교회의 대다수의 구성원은 여성^^)
가사노동에는 많은 인내심과 희생이 필요하다.
가사노동은 말 그대로 집안에 널부러진 것들을 정리하고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청소를 생각해보라. 이것은 마치 천지창조를 방불케 한다.
천지창조가 무엇인가? 그것은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이다.
혼돈과 흑암 속에 있는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생기를 불어 넣는 일이 바로 천지창조이다.
청소는 흑암과 혼돈가운데 널부러져 있는 집안에 질서를 부여하고 생기를 불어 넣는 거룩한 창조의 작업이다.
이 창조의 작업을 수행하며 영성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을 만드는 행위 이것 또한 창조의 모방이다.
서로 다른 재료들 섞고 열을 가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것에 맛을 내고 모양을 내는 행위는 거룩한 창조적 예술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영성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무색무취의 신앙에 맛과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라 본다.
형의상학적이고 관념적인 믿음이 표현되고 새깔을 내며 행해지는 것 그것이 영성이다.
그러기에 음식을 만드는 작업은 맛과 샊갈이 없는 재료들을 버무려 만들어내는 거룩한 창조의 행위인 것이다.
자연스레 이 조리과정을 통해 창조주 하나님의 성품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설거지, 이것은 남편들이 도울 수 있는 가정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사노동이다.
설거지란 다름 아닌 죄씻음의 상징적인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이 숭고한 작업을 통해 내면의 정화가 일어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남자들은 이 죄씻음의 행동을 통해 마치 집안의 모든 가사활동을 하였고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다 씻은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설거지가 뭐 별거라고 그거 하나 했다고 잰체 하고 그러지들 마시오들^^
가사노동은 인내심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실례로 아침에 빨래 개기를 했다.
무슨 빨래가 이렇게도 많은지 빨래 개기 시작하며 틀어놨던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번 1악장(런닝타임 20분)이 끝날 때까지 나는 작업을 완수하지 못하고 3악장에 들어갈 때서야 끝을 냈다.
빨래 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들 옷을 그들의 서랍장에 넣는 정리까지 인내심 없이는 정신착란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이 과정을 묵묵히 이겨낸 자는 반드시 깊은 영성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결혼한 남녀들의 진정한 영성의 훈련장은 가정이다.
가정의 일상다반사와 잡일 가운데서 의미를 발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묵묵히 수행하는 것, 그것은 도를 닦는 행위에 비견된다.
결론적으로 가사노동과 영성훈련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가정에서 행해지는 영성이기에 영성훈련 중 가정에서 행해지는 영성훈련은 가장 중요하면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고까지 본다.
매일 벌어지는 가사노동을 감사함으로 또한 인내함으로 기쁨으로 감당해가다보면 내가 곧 로렌스가 돼 있을 것이며 내가 곧 바울이 돼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음악과 함께 행해지는 가사노동은 영성훈련을 하는 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특히 클래식 음악은 우리의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음악을 틀어 놓고 설거지를 하며, 빨래를 개다 보면 자연스레 기도와 깊은 묵상의 결과물들이 나오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시답잖은 주장과 글을 여기까지 읽어 오느라 애쓰셨고, 감사합니다^^
한 가지 이런 주장에 맞지 않는 딜레마는 가사노동은 정말 하기 싫다.
집에 오면 그냥 푹 쉬었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