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14. 3. 2. 10:19

<서로의 짐들을 지십시오 (Bear one anther's burdens)>

오늘 담임목사님 설교 도중 갈라디아서 6장 2절의
"여러분은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실 것입니다."라는 구절이 나왔다.

목사님은 이 구절을 설명하시면서
사모님과 나누셨던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치매에 걸리면 사모님을 알아볼 때까지는 돌보다가
알아보지 못하면 목을 꼭 눌러서 짐을 덜어버리라고 하셨단다.
그런데 이 말씀을 읽으시고 다시 맘을 고쳐먹으시고
서로에게 그렇게 고백했단다.
똥칠하더라도 끝까지 서로의 짐을 져주자고...

늘 실수투성이이고, 계획 없는 난봉꾼으로 아내의 삶에 끼어든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아내에게 큰 짐인 것이 분명하고 아내는 어느정도 감내하며
나를 지기도 하고 끌기도하고 업기도 하면서 짐을 지고 가고 있다.
반면 나는 아내의 짐을 져주고 있나? 돌아볼 일이다. 

이런 저런 반성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어르신이 눈물을 훔치는 것 같았다.
그 분이 누구신지 알기에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그 어르신은 중도실명으로 맹인이 되신 아내분을 돌보는 어르신이었다.
매일 새벽기도에 아내를 모시고 와서 기도를 하는 분이셨다.
아내의 눈과 길이 되어 주시는 어르신이
서로의 짐을 져주는 것이 율법을 성취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큰 울림이 있으셨나 보다.
그 어르신이 아내분의 짐을 지시며 걸어오셨던 사랑의 길을 상상하며...
먹먹해졌고, 나 또한 주님과 아내에게 뒤늦게 죄스러운 생각이 가슴을 채웠다.

결혼이란 것, 부부가 된다는 것, 사랑을 한다는 것,
그것은 서로의 짐을 지는 것이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짐이 되는 것이다.
다른 이의 눈이 되어 주는 것이고, 다른 이의 길이 되어주는 것이다.
우리 주님이 보여주신 사랑의 정수, 십자가가 그것을 웅변하고 있잖는가?
상대의 짐을 지는 것, 그것보다 큰 사랑이 있을까?
이러한 희생과 섬김의 사랑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관능적인 사랑에 의해 세찬 조롱과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 아닌가?

오늘 그 어르신 옆에서 예배 드린 것이 얼마나 큰 복이었나?
"여러분은 서로 남의 짐을 져주십시오."
이 외마디 말이, 마디마디가 돌맹이가 되어 내 굳어지고 얼어버린 가슴을 쳐 깨뜨리고 있다. 
내 얼어 붙은 가슴에도 이제 봄이 찾아오려나보다. 
이 봄에는 사랑을 하려나보다.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