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14. 2. 20. 08:02

실리콘으로 만든 안경 코 받침이 하나 떨어져 나갔다.
다리 한 쪽이 잘려나간 것 마냥 그렇게 내 안경은 외다리로 2주일을 버텼다.
무심한 주인 잘 못 만나 외다리로 버틴 녀석이 대견하면서도
처음 느꼈던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변해버린 것에 대한 씁씁함이 교차했다.
불편함 그것도 익숙해지니 문제가 되지 않더라.
그럼에도 문득 문득 느껴지는 한쪽 코에 가해지는 중압감이 나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숨길 수 없는 장애 안경 소유자였다.
불편함과 장애 그리고 결핍 더 나아가 죄를 지은 후 가해지는 중압감 그것은 초기 진화가 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불편함 그것은 몸부림이다. 익숙해지는 순간 굳어지는 것이며 몸부림은 사라지고 만다.
불편함과 죄로부터 오는 불안감 그것은 더 나은 상태를 향한 내 안의 몸부림임을 깨닫는다.

한 집사님과 함께 병원을 가게 됐다.
그 분은 무릎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함이었고 나는 손목의 치료를 위함이었다.
충격파 치료라는 익숙치 않은 치료가 가해졌다.
음파를 압축하여 피부나 인대 및 근육 조직에 손상을 주어 치료물질을 분비하게 하여 치료하는 방법이란다.
문제는 견딜 수 없이 아프다는 것이다.
근데 더 큰 문제는 그 집사님은 그 아픔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픔이 있어야 불편함을 느끼고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아픈 것도, 고통을 느끼는 것도 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나의 부족함, 외다리임을 인정하고 불편을 느끼는 순간 
나는 치유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오늘 코 받침대를 구해 내 안경에 걸어 본다.
온전함 가운데 오는 그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껴보려한다.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