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예배가 끝나고 본당의 의자를 다 정리해 놓고 차분히 앉아 아이들 노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태윤이, 하준이, 이안이, 올리비아, 클레어, 조은이, 설아, 준수, 유진이가 의자를 치운 본당에서 뛰어 노는 것이었습니다. 뛰어논다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뛰어다니는 것이 좋기도 하면서 또래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해 보였습니다. 친구만 있으면 뛰어다니는 것만으로 즐거운 건가 봅니다. 한참 뛰어놀더니 이제 지쳤는지 강단 끄트머리에 일렬 종대로 포개고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일렬로 앉아 있는 모습이 전선에 일렬로 내려 앉아 재잘대는 참새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찌나 녀석들이 귀엽던지 추억하고 싶어 사진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즐겁고 신나는 친구들이 가까이에 있는 녀석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습니다. 한자의 친구를 나타내는 글자 중에 붕()자가 있습니다. 달 월()이 두 개로 겹쳐 있는 글자지만 달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갑골문자에서는 조개를 엮어 양 갈래로 엮어 놓은 모양이었다고 합니다. 갑골문자를 쓰던 상나라에서 조개는 화폐로 쓰였고 돈을 양 갈래로 엮어 놓은 것이니 좋은 의미였음에 분명합니다. 조개들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에서 친구를 연상해 낸 것 같습니다. 함께 어울리어 하나가 된 친구보다 값진 것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한 듯합니다. 

  공자의 논어 첫문장에 친구가 나옵니다.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다음에 나오는 글귀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과 더불어 친구와 함께 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를 일러주는 문장입니다. 공자가 얼마나 평소에 강조했던 것이면 그의 대표작의 첫 문장에 들어가 있을까요? 지난 월요일 뉴저지에서 친구가 방문했습니다. 사역지를 옮기기 전 한 달 동안 받은 귀한 휴가 동안 저를 만나겠다고 단숨에 날아온 것이었습니다.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 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몸소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도 한국에서 목회하다 미국 이민교회를 섬긴지 7년이 되어 가는 터라 공감대가 비슷했습니다. 함께 토닥이며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조언도 아끼지 아니하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배우고 익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공자도 분명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의 책 첫문장에 배움의 기쁨과 우정의 소중함을 가장 먼저 언급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값진 것들이 참 많지만  친구만큼 소중한 것도 드문 듯합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고 말씀했나봅니다. 친구의 소중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나를 친구 삼으신 주님처럼 나도 누군가의 귀한 벗이고자 합니다. 벗들인 여러분과 함께 함이 제겐 큰 복입니다.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