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따뜻한 날씨에 꼭꼭 숨겨두었던 여름 옷을 꺼내 입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린 의례적으로 입었던 지난 날의 옷을 모아 보관해 두고, 새 계절에 어울리는 옷을 꺼내 입게 됩니다. 새로운 계절이 새로운 옷을 입게 하듯, 예수 안에 새생명을 누리는 부활의 계절은 우리로 새옷을 입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지난날의 생활 방식대로 허망한 욕정을 따라 살다가 썩어 없어질 그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마음의 영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참 의로움과 참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십시오(엡2:22-24).” 다하나 교회에 와서 지난 주일 처음으로 저는 세례를 행했습니다. 세례야 말로 부활절과 너무 잘 어울리는 성례인 것 같습니다.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는 갱생과 갱신의 언약식인 세례와 이 봄도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농군의 아들로 자라온 저는 교회 주변을 걸으며 항상 들녘의 밭을 주목하여 보곤합니다. 눈이 쌓였을 때는 저 밭의 눈은 언제 녹을까 궁금했고, 눈이 조금씩 녹으며 까만 흙이 속살을 드러낼 때는 작은 감격이 제 안에 꿈뜰대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완연한 봄을 맞았기에 농부들은 저 밭을 언제나 갈아 엎고 씨를 뿌릴까 기다려졌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교회 건너편의 밭 주인이 드디어 밭을 갈아 엎기 위해 트렉터를 몰고 밭을 누비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곧 씨가 뿌려지겠구나. 새 생명이 움트며 이 밭도 이제 푸르른 생명의 빛깔로 변모하겠구나. 이 밭도 의례적으로 푸르른 새 옷을 입으며 새 계절을 기념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떳습니다. 어릴적 4월 말경에는 항상 벼의 싹을 틔우기 위해 큰 통에 볍씨를 붓고 물을 채워 싹을 틔우던 기억이 납니다. 한 해 농사에 있어 이 시즌은 정말 중요한 계절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부활의 계절에 우리가 뿌려야할 씨앗은 무엇일까요? 호세아 선지자는 우리가 뿌려야할 씨앗이 정의라고 말합니다. “정의(쩨데크)를 뿌리고 사랑(헤세드)의 열매를 거두어라. 지금은 너희가 주를 찾을 때이다. 묵은 땅을 갈아 엎어라. 나 주가 너희에게 가서 정의(쩨데크)를 비처럼 내려 주겠다(호세아 10:12).” 새로운 계절, 묵은 땅을 기경하여 우리가 뿌릴 씨앗은 정의, 쩨데크입니다. 정의(쩨데크)를 심었더니 사랑(헤세드)이 열매 맺더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합니다. 정의는 사랑의 다른 이름인 것이죠. 쩨데크는 회복적 정의라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공동체 내의 가난한 자들이 불행해 지지 않도록 잉여 생산물들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그래서 정의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 것이죠. 주님이 이 새로운 계절에 정의를 비처럼 내려 주시길 기도합니다. 곳곳마다 사랑 없다 탄식하는 메마른 이 땅 위에 정의의 단비가 내리길 기도합니다. 사랑이 열매 맺는 곳마다 나눔의 풍성한 잔치가 벌어질 것이기에 정의의 단비를 사모합니다. 새로운 계절에 우리가 입어야할 새 옷은 정의의 빛깔을 내고 사랑의 향기를 내는 푸르른 마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