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대봉 한 박스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이국 땅에서 흔치 않은 고국의 익숙한 과일에, 아직 연한 주황색의 익지 않은 대봉이지만 벌써 마음이 흐뭇해 집니다. 아들 녀석들은 한국에서 먹어 본 기억이 있는지 떫은 감이 반 투명의 진홍색으로 변하기만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아빠 이제 익었어? 먹어도 돼?”를 남발하지만 지금 먹었다간 떫은 맛에 뱉어낼 게 뻔합니다. 몇 주가 지나자 제법 맛있게 익었습니다. 맛있게 홍시를 먹는 아들에게 한마디 합니다. “기다리길 잘 했지?”  야구 시즌이 끝나고 맞는 겨울을 ‘스토브 리그’라 합니다. 추운 겨울 기간 동안 프로야구 팀들은 선수를 트레이드 하거나 보강하여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막간의 시간을 부르는 말이죠. 요즘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가 한창 뜨겁습니다. 오타니라는 일본 야구 선수 때문입니다. 오타니는 100년을 훨씬 넘긴 미국 야구 역사에도 없는 전대미문의 선수로 평가됩니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데 둘 다 보통 수준의 실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가 이번 시즌에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게 되어 그를 영입하려는 팀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입니다. 모든 야구팬들은 그가 마치 구세주라도 되는 양 자기 팀에 와서 팀을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의 계약 소식을 기다리는 팬들의 간절한 마음이 대림절 주님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림절은 주님의 다시오심을 기다리는 계절이라는데 나는 홍시를 익기를 기다리는 아이만큼 간절함이 있나 돌아봅니다. 현실에 매몰되어 살아가다 보면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도대체 주님의 다시 오심과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며 무덤덤 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는 시작과 끝이 있는 이야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선하게 만드신 이야기는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망가졌고 하나님은 원래의 창조의 모습으로 이 땅을 새롭게 창조하시겠다는 끝이 있는 이야기를 진행해 가고 계신 것이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시작하신 그 재생(구속, redemption)의 이야기의 끝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미와 아직의 긴장감 속에 살아가면서 마지막 날에 이뤄질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구속의 완성을 기다리는 것이죠. 주님 보시기에 아직 무르익지 않았나 봅니다. 더 많은 이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알아가기까지 주님은 더 기다리시나 봅니다. 아직 이 세상은 떫은 맛이 강해 보입니다. 전쟁과 불평등, 차별에 씁쓸해 하는 인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세상이 좀 더 달달하고 맛깔난 세상이 되길 주님은 기다리시나 봅니다. 우리가 주님의 에이전트로 더 맛깔난 세상을 만들어 가길 기다리시나 봅니다. 대림절 두번째 주, 평화의 촛불이 이제 켜집니다. 평화의 왕으로 임하실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만들어갈 새 하늘과 새 땅이 이 땅에 임하는 날 주님과 함께 이렇게 고백할 날이 오겠죠? “기다리길 잘 했지?”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