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되면 군대시절이 가끔 생각납니다.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하던 저는 영하 20도를 넘는 추위를 난생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추우면서도 고립된 생활을 하는 군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사회와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었죠. 어떤 이들은 공중전화통을 붙들고 외로움을 달랬고 어떤 이는 지인들을 부대로 불러 외박, 면회 등의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죠. 시절 저는 편지를 많이 썼습니다. 편지를 쓰는 즐거움보다 편지를 받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었던 같습니다. “김이병 편지왔다.” 고참이 건내주는 편지 통에 모든 피로가 날아가는 같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고 마음 써주고 있다는 것을 편지로나마 느끼고 싶었던 같습니다. 편지도 편지지만 소포보다 기쁨은 없었습니다. 종이 상자 가득 과자를 담아 보내 친구의 마음이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물론 열자 마자 고참들에게 뺏기고 내무반 전우들과 함께 순식간에 먹고 없어지지만 소포의 여운은 오래 갔었습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소포를 통해 그렇게 연결되는 기쁨을 누렸던 같습니다. 번은 동아리 선배들과 친구들이 카세트 테이프에 노래도 녹음하고 시도 녹음하고 돌아가며 저에게 마디씩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녹음한 테이프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테이프 늘어질 때까지 듣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군대 시절에 느꼈던 소포의 추억과 희열을 오랜만에 느껴보았습니다. 월요일에 갑자기 울타리 몰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저는 울타리몰에 가입한 적도 없고 물건을 시켜 적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실은 군대 시절에 함께 성가대 봉사를 하던 옆집 중대 아저씨가 LA 이민 20년이 넘어가는데, 형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저에게 전화를 것이었습니다. 지금 울타리몰 사장님이 옆에 계시는데 아는 사람 중에 울타리 먹거리를 주고 싶은 사람 있냐고 하시면서 당장 전화 걸어 주소를 물어 보라 하셨다고 합니다. 다음 배송 선물꾸러미를 받아들고 항공 익일 배송의 속도에 대한 경탄과 함께 감동이밀려왔습니다. 이건 사회의 어떤 분과의 연결을 넘어 하늘 위에 계신 크신 어떤 분과 연결되는 그런 기쁨이었습니다. 당장 울타리몰 신사장님께 손편지를 보내 그분의 호의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군대시절 성가대의 인연이 울타리 몰까지 연결되는 플로우를 보며 인생의 신비와 해학을 경험했습니다. 지금 여기서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호의들이 다른 호의를 만들어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소포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생깁니다. 이웃 사랑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상대의 존귀함을 꽃피워주고 깨닫게 하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작은 소포처럼 말입니다.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