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미네소타에 와서 가을의 정취를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이 매우 잘 어울리는 계절인 듯합니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참으로 오랜만이고 반갑기까지 합니다. 나무는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아서 이파리에 보내주던 영양분과 수분을 멈추게 하여 단풍을 만들고 이파리를 떨군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의 때를 알고 버릴 줄 아는 나무가 부럽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둘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도종환 시인의 “다시피는 꽃”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시인은 깨끗히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음을 노래합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찬란한 부활의 봄을 맞는 비결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열매와 이파리를 버리는 것이라는 걸 나무는 아나 봅니다. 비움이 없이 채움이 있을 수 없고, 버림이 없이 살림도 없다는 것을 왜 나만 잘 모르는 걸까요? 가장 아름답고 소중했던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어주신 우리 주님은 찬란한 부활로 다시 그 생명을 보상 받으셨죠. 떨어지는 낙엽 앞에서 겸손히 주님을 느껴봅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비워내야할지돌아보게 됩니다. 가을 단풍처럼 화려하진 않더라도 내게 있는 귀한 것을 돌려드려야겠습니다. 가을 열매처럼 맛깔스럽진 않더라도 내 삶에 맺은 작은 열매들을 나누며 살아야겠습니다. 더 갖기 위해 움켜쥐는 삶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며 나누는 삶이여야겠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서리가 내린 걸 보니 겨울이 오나봅니다. 내년 봄날까지 다들 강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