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과 작품들2014. 1. 17. 23:24
죄와 벌 완독.
긴 호흡으로 읽어내야하는 명작 중에 명작.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벌래)같은 존재들은 죽여도 상관 없다 생각하는 한 20대 청년.
평소 이처럼 여기던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찍어죽이는데 성공하지만 우연찮게 현장에 있게된 노파의 순진무구한 이복 여동생까지 죽이며 예기치 않은 죄의 덫에 걸려든 청년.
그를 죄의 형벌에서 건지기 위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나긴 기다림과 사랑. 특별히 소냐라는 생계형 생존형 매춘부 소녀의 애뜻한 사랑에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는 부활의 이야기.
시쳇말로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일종의 추리심리소설이다. 그러나 추리 이상의 그 무언가를 이 소설에서 읽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힘이다. 엄밀히 말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입은 한 여인의 사랑이었다. 그 사랑의 힘에 나는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인용해 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갑자기 뭔가가 그를 훌쩍 들어올려 그녀의 발 밑으로 내던진 것 같았다. 그는 울면서 그녀의 무릎을 끌어 안았다. 첫순간 그녀는 너무 경악한 나머지 얼굴이 죽은 사람처럼 질려버렸다. 그녀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벌벌 떨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바로 그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은 무한한 행복으로 빛났다. 그녀가 깨달은 사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란 그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 무한히 사랑한다는 것,마침내 이 순간이 도래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둘 다 창백하고 여위었다. 하지만 병색이 완연한 이 창백한 얼굴에서 이미 새로워진 미래의 아침놀이, 새로운 삶을 향한 완전한 부활의 아침놀이 빛나고 있었다. 사랑이 그들을 부활시켰고, 한 사람을 위해 무한한 생명의원천이되어 주었다.
....
변증법 대신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생겨나야 했다.
그의 베개 밑에는 복음서가 놓여 있었다. 그는 그것을 기계적으로 집어들었다. 이 책은 그녀의 것으로 그에게 나자로의 부활 부분을 읽어준 바로 그 책이었다. (죄와 벌 하권 498쪽, 민음사)"

변증법 대신 삶이 도래했다.
그의 베개밑에 복음서가 놓여 있었다.
캬~ 너무나 황홀한 표현이다.
이런 문장으로 소설을 마무리할 수 있다니 도스또예프스키는 참으로 위대한 작가로구나!!
아직도 심장이 발렁발렁한다.
좀처럼 잠을 이루기 힘들 것 같은 감동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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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