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즈음의 도토리, 꿈을 꾸다...>
아내랑 텔레비전을 같이 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보더라도 서로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예능 프로에 무관심하다.
별로 건질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가 연예가 중계나 드라마 같은 거 보고
웃고 우는 모습이 이해가 안될 때가 많았다.
반대로 아내는 내가 야구를 보거나 개그콘서트 보고 웃는 것이 이해가 안된단다.
따지고 보니 개콘도 예능인데 개콘은 재밌어 하는구나.
개그 콘서트를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재밌는 아이디어 많이 내 놓고 웃길 수 있었을텐데...
조금 마음이 순수하신 분들을 그런 말을 나에게 가끔한다.
"목사님은 개그맨 했으면 잘 했을거 같아요"
나도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개그맨 했으면 못하진 않았을거다. 그래도 길게 가진 못했을 거 같다.
워낙에 수줍음이 많은지라...
내가 이런 말 하면 꼭 콧방귀 끼는 사람들 있더라.
저 수줍음 많은 남자예요.
어쨌든... 내가 지금 개그맨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은
개그맨이 될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 나에게 개그맨이 되면 좋겠구나 라고 일깨워 주기만 했더라도...
나는 아마도 개그맨이 돼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자신도 나의 끼를 인지를 못했고 주위 사람들도 감히 그런 생각을 못했다.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너는 이거 하면 잘 할거야~'라는 말 자체를 들어 보지 못한 거 같다.
나는 너무 자신감이 없는 아이었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스무살 무렵 나는 익숙치 않은 꿈이란 것을 꾸기 시작했다.
홍성건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선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이 생겼다.
그거 하면 정말 인생이 아깝지 않을 거 같았다.
보람될 거 같았다.
그 후 거의 20년을 달려 왔다.
아무것도 의심않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무뎌질대로 무뎌지고 호기심도 살아져 버리는 나이 불혹에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내와 함께 같이 보는 유일한 두 가지 프로가 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와 (후반 15분만, 90분 다 보면 시간이 아까워서^^)
최근엔 힐링캠프다.
요즘 포털에 신경숙 힐링캠프가 하도 뜨길래
오늘 애들 빨리 재우고 아내와 함께 보았다.
나는 우리 누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아니 더 엄밀히 얘기하면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꿈은 이뤄진다. 라는 것이 신작가 편의 주제문구였다.)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한 것은
그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시골의 어려운 환경에서 겪었던 경험이 딱 그것이었다.
농사와 자연 속에 파묻혀 그것을 먹고 자란 감성은 그의 풍부한 자산이었다.
다만 나와 다른 것이 있다면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 뿐이다.(치명적인 차이다 어쩌지?ㅎㅎ)
고등학교 보낼 돈이 없어서 서울 공단에 와서 돈을 벌면서 밤에 학교를 다닌 이야기는 우리네 누나들의 이야기이며 친구들의 이야기 아닌가?
작가는 너무 부끄러워 그 마음 속에 있는 작가의 꿈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런데 반성문을 본 선생님이 그에게 "소설가가 되어 보지 그러니?"라고 말했고,
그 말은 감춰왔던 마음 속의 작가의 꿈을 터뜨릴 수 있게한 도화선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 안에 이미 신경숙 작가가 지니고 있는, 가난을 먹고 자란 순박한 감성과 자연속에서 길러진 풍성한 감수성이 내 안에도 내재 돼 있다고 본다. 나의 큰 자산이다.
다만 나에게 도화선이 없었고, 거기에 불을 붙여줄 사람이 없었다.
나는 불혹의 나이에 꿈을 꾼다.
나도 이 자리에 부끄럽게 살포시 적어봅니다.
"나도 글쟁이가 되고 싶다^^"
고등부 전도사로 4년을 섬기며 아이들에게 그렇게 꿈 이야기 많이 했다.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거 하라고, 정말 그거 할 때 심장이 뛰고 행복한 거 하라고.
그러나 나는 이제 나에게 질문한다.
너 정말 니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냐? 정말 그거 하면 참 행복한 거 하고 사냐?
더 궁극적으로 "너에게는 꿈이 아직 있냐?"고 묻는다.
글쟁이의 꿈, 꼭 키워가고 싶다.
나는 거대한 참나무를 품고 있는 하나의 작은 도토리이다.
도토리의 꿈은 이제 아장아장 꿈틀거리고 있다.
어떤 글,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글이란 녀석은 참 매력이 있다.
자꾸 쓰다보면 늘 것이고, 좋은 글 읽다보면 글 쓰는 감각도 늘겠지.
너무 막연한가? ㅎㅎㅎ
더 구체화 되겠지^^
염산교회 고등부 친구 중에 글쟁이가 되고 싶은 한 녀석을 만났다.
지윤이란 친군데... 이 친구랑 요즘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같은 꿈 꾸는 동지로 우린 20년의 나이차를 넘어 많은 영감을 주고 받고 있다^^
힐링캠프 신경숙도 처음부터 잘 쓰진 않았겠지.
좋은 글 읽다보면 어느새 좋은 글이 나오지 않겠는가?
불혹 즈음에 무뎌지고 함몰된 꿈을 꿈틀꿈틀 깨우려니 설렌다.
여러분 15년 후에 뵙겠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우리 만납시다!!
도토리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도토리도 꽃피우는 재주가 있다.
도토리도 참나무가 되는 재주가 있다. 암 그렇고 말고^^
일기2013. 11. 14. 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