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큰 아이와 잠자리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녀석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자 사뭇 놀랐다. “아빠 난 정말 어렸을 때 세상이 천국인 줄 알았어.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됐고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었거든. 근데 내가 커보니까(지가 얼마나 컸다고^^) 세상이 그때랑은 달라 보여. 난 걱정하는 것도 많아졌고 욕심도 많아졌고 두려워 하는 것도 많아진 것 같아. 세상이 천국 같지는 않아.” 이렇게 인생을 깨달아 가며 철이 드는가 보다 하며 웃어 넘겼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녀석도 이제 어린이의 옷을 벗어가고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막내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지러지게 웃을 때가 많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과 상상력을 접할 때 나는 놀란다. 가끔 아이들과 개그콘서트를 본다. 한번은 한 개그맨이 어떤 드라마에서 조선의 왕이 한 말을 가지고 페러디를 한 대목이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그걸 보더니 한 글자만 바꿔서 자기만의 페러디를 즉석해서 만들어 낸다. “지ㄹ하고 살빠졌네”. 엥? 이건 뭐지? 근데 생각해보니 너무 웃기다. 야 이런 다이어트 방법이 있으면 정말 최고겠는걸. 하하하.
어린이들은 어른들과는 다른 세계를 사는 존재들인가 보다. 큰 아이의 말처럼 그들은 아마도 천국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랬나? 예수님도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아야 들어가는 거라고. 그들은 이미 이 땅에서 천국을 맛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봄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읽으며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어린이 독서지도사인 저자가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것들과 에피소들을 소개한 에세이인데 우리가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와 그들의 순수한 상상력에 감동하며 읽었다. 한편으로 내가 얼마나 세속적이고 딱딱해져 버렸는지 그들의 말랑함이 나를 자극하는 시간이었다. 교회는 이 어린 아이들에게 어떠해야 할까? 교회 학교, 이 명칭부터 너무 딱딱하다. 그 말랑한 녀석들에게 딱딱한 교리 교육으로 정형화되고 틀에 짜여진 신앙인을 찍어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이야기는 말랑하다. 그래서 이야기는 그들을 가두지 않는다. 이야기는 상상력이라는 연료를 가지고 비상하게 한다. 우리도 한 달에 한 번은 이 아이들과 이야기의 세계로 들어가면 어떨까? 한 달에 한 번, 온 가족 예배때마다 우리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천국에 어울리는 그런 존재들로 빚어져 가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