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지난 주에 가을의 정취를 깊이 느꼈다는 말이 무색하게 로체스터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이곳 미네소타의 겨울의 혹독함을 10월 중순의 첫눈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봅니다. 집에 설치돼 있는 파이어 플레이스(fire place)를 처음으로 켜보았습니다. 따스함이 좋았습니다. 파이어 플레이스의 가스불을 보고 있노라니 에너지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세계의 현실이 자연스레 겹쳐 보이더군요.
그야말로 세계는 에너지 전쟁터가 되어가는 형국입니다.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들의 연합체인 OPEC과 그외의 산유국들이 함께하는 OPEC PLUS는 원유 생산과 판매를 줄이겠다고 나오자 기름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발트해를 통해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에 어떤 인위적인 타격이 가해져 가스가 유출되는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는 부인하지만 러시아가 유럽의 기간시설을 고의로 훼손하여 혼란에 빠뜨리는 수작이 아닌지 유럽 국가들은 의심합니다.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의 국가들은 에너지 문제 때문에 긴장하며 그 공포는 더욱 심해져 가고 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것이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서 벌어진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문명이 대혼란 가운데 처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문명이 나아갈 바와 지향해야 할 바를 알려줘야 할 책임이종교지도자들에게는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합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총 대주교는 설교를 통해 러시아의 청년들에게 전쟁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병역 의무를 다하다 죽는 것은 남을 위한 죽음이기에 천국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나치 치하의 독일교회를 방불케 합니다. 권력과 욕망에 사로잡힌 정치와 종교가 손을 잡을 때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종교가 욕망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전락될 때인류문명은 표류할 수 밖에 없고 혼돈 속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를 내 자아(ego)의욕망을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할때 화해와 사랑, 자비와 긍휼, 나눔과 연대가 설 자리는 없어집니다.
나치의 권력과 폭력에 굴하지 않고 독일의 교회 지도자들은 1935년 바르멘에 모여 <바르멘 선언>이라는 것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예수그리스도만이 복종의 대상이요, 하나님의 계시임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그 소수의 살아 있는 교회를 이후의 세대에서는 "고백교회(Confessing Church)"라고 불렀습니다. 욕망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지구촌을 바라보며 우리는 어떤 고백을 하나님께 드리며 따라가야 할까요? 우리의 참되고 진실한 고백을 통해 세상이 조금이나마 바른 길로 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쟁터가 되어버린 세상과 우리의 마음 깊은 곳 안에 주님의 평화가 온전하게 임하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