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 날에 소설 ‘하얼빈’을 읽었습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접했던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오래전부터 안중근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자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서른두 살의 젊은나이에 순국한 안중근 의사에게 빚진 마음에서 소설을 쓸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소설 하얼빈은 안중근이 무직이었고 포수였으며 젊은 청년이었다는 것에 모티브를 삼고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기 일주일 전부터의 이야기와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돋보입니다. 한 젊은이가 처자식을 뒤로하고 연해주행 기차를 탈 수밖에 없었던 그비장함을 마주하며 제 자신이 참으로 초라해졌습니다. 높은 뜻에 자신의모든 것을 걸고 투신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기만 했습니다. 그의 거사는 무모하기만 했습니다. 안중근은 이토의 얼굴을 본적도 없었습니다. 신문 스크렙으로 얻은 이토의 사진 한 장을 들고 그는 하얼빈행 열차를 탄 것이었습니다. 하얼빈 역에 당도한 이토 일행 가운데 누가 이토인지 안중근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군중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이토를보고 그의 타겟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뜻을 굽힐 수 없었습니다. 다윗이 준비한 물맷돌 다섯개처럼 그의 탄창에는 일곱 발의 총알이 장전되어 있었고 세 발이 정확히 이토의 급소를 관통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부활절 전날 그는 형장의 이슬로사라집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을 보니 10월 26일이더군요.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날을 기념하는 종교개혁 기념일이 10월 31일이니 얼추 비슷한 날에 안중근은 거사를시행했습니다. 안중근과 마틴 루터의 삶이 다른 결이긴 하지만 어두운 시대 상황을 의롭고 올곧게 돌파하고 타개해 보려는 노력에 있어 두 사람의시작점은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시대의 부조리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그 부조리에 불편해하고 어색해 하며 거슬러 개혁하려는 시도에서 둘은닮아있어 보입니다. 그 둘의 의로운 행동은 불씨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큰동기부여를 주었죠.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시발점이 되어 스위스의 즈빙글리, 프랑스의 쟝 깔뱅, 스코트랜드의 존 낙스 등의 종교개혁자들이 거대하고 왜곡된 종교 집단에 저항하여 일어났습니다. 안중근 또한 실의에빠진 조선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안겨주었고 많은 젊은이들로 국권 회복과 동양평화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였죠. 우리는 지금 어떤 결심과 행동을 통해 그들의 뒤를 따라야 하는 걸까요? 어두운 시대를 탓하지않고, 내 안에 거짓되고 헛된 욕망을 분별하여 떨쳐내고, 진리를 실천하고이웃을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개혁을 만들어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