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13. 12. 16. 23:27

<죄와 벌, 인문학 강의 후기>

김응교 시인이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진행하는 인문학 교실에 다녀왔다.
이번 달과 다음 달은 도스또예프스키의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에 대해 연구한다.
일종의 죄와 벌 강독 시간이라 보면 될 듯하다.

문학이란게 문학 자체의 영역으로 덩그러니 섬처럼 떠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에는 철학과 사상과 시대상이 녹아 있다.
그러기에 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사상과 시대적 배경 등의 선 이해가 있어야 한다.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도스또예프스키의 사상의 맥을 짚었고 그의 작품에 나타난 기독교 사상들에 대해 들었다.
참 흥미로워 시간가는 줄 몰랐다.
김응교 교수님은 SNS로 많이 접해서 실제로 어떤 분일까 되게 궁금했는데...
털털한 교회 형님 같은 이미지에 유쾌함이 강의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역시 문학하는 사람들은 위트를 안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걸로만 알았는데
김응교 선생님이 제안하는 비결은
매일 글을 길게 쓰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의 친구 공지영 작가도 제안하는 방법이란다.
한 사물을 매일 정해 놓고 그것을 길게 묘사하다보면 글이 늘게 돼 있단다.
음~ 일리가 있는 듯하다.
글을 읽는 것과 직접 쓰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깔?
반반 일듯하다.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도 그에 못지 않다. 
내가 지금 주저리 주저리 쓰는 것도 다 글 쓰기 연습이다^^

고전이란 것이 옛날의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로 느껴지게 만들기에 고전이라고 한다.
죄와 벌에서 극변하는 시대 가운데 느껴지는 빈부차이에서 고뇌하는 청년 라스꼴리니꼬프는 지금 이새대를 살아가는 88만원 세대의 한 청년의 고뇌, 딱 그것인 것이다.
그래서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서 읽혀지는 것이다.
해아래 새 것이 없듯,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의 세계는 
그 시대상만 달리 했을 뿐 반복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고전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달으며 나아가 치유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선생님이 교재를 읽어보라고도 시키고 관심을 보여주셨다.
목사라고 하니
"목사님처럼 목사님같이 안보이시는 분이 참 좋더라"라고 말씀하신다.
기분이 좋았다. 목사같이 안보이는 목사라~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쳐 목이 곧은 뻣뻣한 목사상이 아니란 말로 이해해야지^^

끝으로 신촌 언저리에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강의들이 신촌 주위 대학가들을 끼고 많이 열리고 있다.
신촌 언저리에 살고 있는 나로선 참으로 좋은 기회다.
있을 때 잘 배우고 누려야겠다.
이제 문학을 누리고 인문학을 누려보자~
누려~~^^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