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간의 순환 속에서 살아갑니다. 모든 시간은 중립적이지만 어떤 시간들에 대해서 우리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생일은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시간에 불과하지만 생일을 맞는 이에게는 1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찾아 오는 특별한 시간이기에 그날을 기념합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제 7일째의 시간을 거룩한 시간으로 특별한 의미를 두셨습니다. 그날을 안식일로 거룩하게 지키라고 하시면서 다른 엿 새보다 더 큰 무게를 갖게 하신 겁니다. 유대인들은 하루의 시작을 해질녘으로 이해했고 금요일 저녁부터 그 다음날 토요일 저녁까지를 안식일로 거룩하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또한 1년의 순환 속에서 중요한 절기들을 정하여 기념하였습니다. 각각의 절기들에는 절기를 기념하는 활동과 음식들을 통해 그 절기의 의미들을 되새기게 됩니다. 절기는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중요한 의례이기 때문이었죠. 이스라엘의 삼대 절기는 유월절, 오순절(칠칠절), 초막절(장막절) 입니다.
특별히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절기였습니다. 왜냐면 그들 민족의 역사에서 출애굽(Exodus)이 차지하는 의미가 절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보금자리가 없이 방황하며 이집트의 노예 생활을 하던 히브리인들은 약속의 땅으로의 탈출을 위한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 계획을 경험하게 됩니다. 노예의 신분에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전환되는 의미있는 역사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에 유월절은 자자손손 이어지게 될 중요한 절기로 자리잡았죠. 특히 유월절이라는 의미를 가져다 준 어린양의 피와 희생은 이절기에서 중요하게 기억되어야할 내용이 되었죠.
이 유월절은 신약시대로 넘어오면서 부활절로 새롭게 거듭납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의미있게 지키기 위해 유월절 전에 금식하며 경건하게 유월절을 준비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이전통을 계승하여 부활절 전 40일간의 시간을 부활을 준비하는 절기로 지키게 되었죠. 40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숫자였습니다. 출애굽 이후 40년 동안 그들은 광야 생활을 했고, 예수님께서도 공생애 시작하시면서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에서 40일간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40일의 영혼의 갱생의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이 맞는 부활절은 감격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십자가 없이 부활은 없다.”라는 중요한 명제의 실천을 위해 사순절이 행해진 것입니다. 사순절 기간은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고난의 길을 묵상하고 따르며 나를 온전히 십자가에 못박는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그리스도와 온전한 연합과 함께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에 죽은 사람만이 부활의 큰 감격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사순절은 큰 의미를 갖는 절기가 되었습니다. 사순절 순례의 여정을 통해 탐욕과 욕망으로 가득한 우리 자아를 온전히 비움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살아내는 기쁨을 맛보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순절을 통해 예수 따름이로서 우리 정체성을 확인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