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노회참석차 시카고 오고가는 하늘 길에서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소설 1권과 2권을 읽었습니다. 제목부터 편의점이 편의를 주지 못하고 불편을 주다니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소설은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염영숙은 동네교회에 출석하고 있고, 70대 초반에 역사선생님으로 은퇴한 노파입니다. 몇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영숙은 Always라는 편의점을 경영해 오고 있습니다. 적자로 운영난을 겪으면서도 그녀가 편의점을 접지 못한 이유는 편의점 알바를 하며 재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였고, 애당초 그녀는 그런 목적으로 편의점을 시작했던 겁니다. 영숙은 부산으로 가던 기차 안에서 자신의 지갑이 든 파우치를 분실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데 자신의 파우치를 서울역에서 습득한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그는 서울역을 근거로 힘겹게 살아가는 노숙자였고, 영숙은 그를 자신의 편의점까지 데리고가 편의점 도시락으로 그의 허기를 달래줍니다. 이렇게 시작된 영숙과 독고라는 50대 초반의 또 다른 주인공을 통해 소설은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독고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알코올 중독에 의해 기억을 잃어버리고 오랜 노숙자 생활에 말을 더듬기까지 했으니 사람들이 그를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 하는 것은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가 야간 알바를 하는 편의점 또한 불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서울 중심부이지만 개발되지 않은 청파동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편의점을 통해 독고라는 남자와 연결이 되고, 독고는 그의 외모와 딴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소설은 독고를 통해 갱생되고 제기하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결국 독고는 잃어버렸던 자신의 삶을 되찾는다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영숙씨의 작은 호의와 신뢰가 어떻게 나비효과가 되어 많은 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지 이 소설에서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독고는 불편한 편의점에 기대어 추위를 피하고 폐기 상품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보잘 것 없는 인생이었지만 그는 영숙에게 받은 호의와 신뢰를 편의점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그대로 흘러보내 줍니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청파동의 가난한 인생들은 독고의 친절과 조언을 통해 그들 또한 재기를 꿈꾸고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소설을 읽으며 교회가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여러 모로 부족하고 불편한 것들도 많지만, 교회는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와서 쉼을 누리는 곳이어야 합니다. 서로의 친절과 호의를 통해 격려 받고 살아갈 용기를 얻어야 하는 곳입니다. 예수께서 우리 삶에 베풀어주신 그 크신 은총과 자비를 경험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나 한 사람이 베푸는 호의와 자비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