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2014. 9. 15. 07:51

<창세기 9장 묵상 - 살림의 하나님>


창세기 9장은 홍수 이후에 하나님이 노아와 그의 가족 그리고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과 맺으신 언약의 내용이 핵심입니다.

제 생각엔 9장 첫머리에 이런 부가적인 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창세기 1장 첫머리에 있는 상황설명이죠.

모든 땅위의 호흡하던 생물들은 싸그리 수장을 당하였고, 오로지 노아의 방주에 탔던 노아 가족과 동물들만이 공허한 땅 위에 내동댕이 쳐져 있습니다.

땅은 홍수 후에 혼돈 가운데 있으며 절망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은 어떻게든 인간을 살려 번성시키시기 원하시며, 어떻게든 세상을 창조할 때 처음 가졌던 의도대로 인간 세상이 돌아가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창세기 9장은 바로 하나님의 '살림'의 의지가 명백하게 드러난 본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살림'의 의지들은 몇 가지를 통해 드러납니다.

먼저 첫 인간 아담에게 주셨던 복과 권세를 동일하게 노아에게 주십니다.

거기다 식물만 먹고 살던 인간에게 동물을 먹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죠.

이것 또한 하나님의 인간 살림의 의지라 봅니다.

홍수 이후에 땅에 먹을 것이 있었을리 만무하고, 먹고 살아가야할 노아 식구들을 위해 하나님은 특단의 조치로 육식을 허락하신 것이겠죠.

그러나 잔인한 동물학대와 살생을 '피에 대한 규정'을 통해 금하고 계십니다.

먹을만큼만 먹고 절제하라는 하나님의 동물들을 향한 따뜻한 배려 아닐까요?

동물들은 지금도 쟁여 놓고 먹지 않습니다.

아무리 포악한 맹수라도 배고플때만 자기가 먹을만큼 잡아 먹지 인간처럼 공장사육에 냉동시켜 잡아먹는 욕심은 부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살림의 의지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무지개 언약을 통해 확증해주십니다.

구름 사이에 무지개가 나타날 때, 하나님은 인간과 맺으신 언약을 기억하겠노라 약속하십니다.

어떤 언약입니까? 다시는 물로 세상을 멸하지 않겠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살림'의 의지인 것이죠.

무지개는 언약의 증거입니다.

무지개의 특성을 몇 가지 묵상해 보았습니다.

무지개는 모나지 않고 둥급니다. 모나고 거친 심판이 아닌 부드러운 감쌈과 둥그스름한 구원의 약속이겠죠.

무지개는 아름답습니다. 지상에서 하나님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수단이 있을까요?

무지개는 어둠(구름)과 밝음(빛)을 연결해주는 다리입니다. 무지개는 반드시 구름(수증기)가 있어야 하며 그 구름 너머에는 반드시 빛이 있을 때 만들어집니다. 

무지개는 저 밝은 하늘 아버지의 밝음과 이 어두운 인간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바로 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 우리에게 흘러 오는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이 비록 먹구름으로 가득 찬 인생일지라도 그 구름 너머에 밝은 태양이 찬란히 비추고 있음을 무지개는 우리에게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죠.

무지개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살림의 의지이며 표현의 결정체인 것입니다.


살리시는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삶에 역사하십니다.

마치 주부의 손이 닿는 곳에 가정 곳곳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나듯, 하나님의 손길이 머무는 곳에 살림의 역사가 있는 것이지요.

오늘 서울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저 비구름 너머에 여전히 찬란한 태양이 비추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이 땅의 가장 그늘지고 어두운 면입니다.

오늘만은 비가 그치고 그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보여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100일 추모행사가 열린다는 데, 하나님의 살림의 의지가 무지개로 찬란히 보여지는 하루이길 기도해 봅니다. 그리하여 슬픈자들이 위로 받는 시간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살리는 하나님, 살림의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를 살리소서 이 땅을 살리소서~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