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2014. 9. 15. 07:35

<창세기 23장 묵상-은 400세켈, 대가를 지불하는 삶>


아브라함이 백년 넘게 함께 걸었던 인생의 동반자 사라를 예의를 다하여 떠나 보내는 본문입니다. 

그의 아들 이삭은 벌써 서른 일곱이 되어 있는 해에 사랑하는 아내가 저 세상으로 먼저 갑니다.

아브라함의 가족은 히타히트족(헷족)들이 살고 있는 헤브론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히타히트 족이 살고 있는 주류사회에 끼지 못하고 나그네요 거류민으로 살아가는 아브라함의 형편입니다(4절).

그는 히타히트 사람들을 찾아가 묘지를 쓸 수 있도록 땅과 권리를 허락해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합니다.

그러자 그 땅의 사람들은 어떤 무덤이든 원하는대로 골라 잡으라 말합니다.

아브라함은 에브론이란 사람의 밭과 동굴 무덤을 미리 물색해 두었던지 그의 밭과 동굴을 지목합니다.

에브론이 그냥 가져가라는 제의에도, 아브라함은 무료로 받지 않고 충분한 대가를 치르고 가져가겠다고 합니다. 

은 400세켈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밭과 막벨라 굴을 자신의 소유로 삼습니다.


나그네요 거류자로서 아브라함이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이 본문의 중요한 의미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땅은 자신을 위한 땅이 아니라 망자가 되어버리긴 했으나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 사라를 위한 땅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비록 저 세상으로 가긴했지만 아내를 예우하며 최선을 다해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향이 아닌 이역만리 가나안 땅에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묻을 땅이 없다는 것은 아브라함에게 큰 비애였을 겁니다.

적어도 죽은 가족들의 시신만은 안장하길 바라는 아브라함의 간절함을 본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본문을 통해 아브라함의 인격과 영향력을 새삼스레 발견합니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상식으로 히타히트 족은 세계 최초로 철기를 사용했던 민족으로 호전적인 민족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히타히트 족 깊숙히 침투(?)하여 그들에게 호의를 받으며 인정받는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에게는 분명히 그들을 사로잡을 인격적인 향기와 영적인 영향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이방 나그네 거류민에게 400세켈짜리 땅을 거저주겠다고 하겠습니까?

아브라함이 그 민족 사이에서 영향력이 없다면 과연 어떤 무덤이든지 당신이 원하는대로 골라 잡으시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브라함은 참 겸손하고 청렴한 사람입니다.

정말 그의 인격은 물이 오를대로 오른 것 같습니다.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땅을 삼으로 재물과 자기 이득을 먼저 챙기지 않는 장면도 그렇고

그곳 주민들 앞에 큰절을 하며 자신을 낮추는 모습도 그렇고

그의 인격의 향기가 묻어 나옵니다.

또한 그가 다른 목적이 아니라 무덤으로 땅을 샀다는 것은 그의 지혜와 선견지명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고향을 떠난 이들도 명절이나 제삿날이 되면 성묘를 하며 가족의 무덤을 찾는 법입니다.

무덤만큼 확실하게 회귀본능을 자극할 꺼리도 없는 것이죠.

실제로 백여년 후 이집트로 건너갔던 야곱이 죽자 그 아들 요셉이 야곱의 시신을 아브라함이 사 놓았던 막벨라 굴에 안치시키는 걸 봅니다(창세기 49장 30절).

나그네로 살아가게될 자신의 후손들을 뭉치게 할 구심점으로 이 무덤을 삼은 것은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본문에서 개인적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삶에 대해 큰 감응이 있습니다.

목회자로 거저 받을 기회들이 많습니다.

어느새 그런 것에 익숙해 있는 저를 보며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거저 받고 대접받고 대우받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베풀며 대가를 지불하며 희생하며 말석에 앉는 훈련들을 평생해 가야겠습니다.

비육지탄(髀肉之嘆) 이란 말이 있죠.

원래 할 일이 없어 가만히 놀고 먹기 때문에 넓적다리에 살만 찜을 한탄한다는 뜻인데요 삼국지의 유비가 했던 말입니다.

유비는 조조에게 쫒겨 신야(新野)라는 작은 성에서 친척이었던 유표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4년간 할 일 없이 지내게 됩니다.

어느 날 유표의 초대를 받아 연회에 참석하였을 때 우연히 변소에 갔다가 자기 넓적다리에 유난히 살이 찐 것을 보게 됩니다. 순간 그는 슬픔에 잠겨 눈물을 주르르 흘립니다.

그 눈물 자국을 본 유표가 연유를 캐묻자 유비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언제나 몸이 말안장을 떠나지 않아 넓적다리에 살이 붙을 겨를이 없었는데 요즈음은 말을 타는 일이 없어 넓적다리에 다시 살이 붙었습니다. 

세월은 사정없이 달려서 머지않아 늙음이 닥쳐올 텐데 아무런 공업(功業)도 이룬 것이 없어 그것을 슬퍼하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비육지탄인데요.

저도 늘 대접 받고 거저 받아 누리는 삶을 살다가 어느날 문득 늘어난 뱃살을 보게 되며 탄식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는데… 치열한 영적전쟁과 목양의 자리로 부름을 받은 몸인데… 이렇게 살만 쪄서 되겠나 하는 반성이 들게 됩니다.

대가를 지불하며 말과 경주하여도 버금가는 영적 무장상태로 저를 단련해 가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