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2013. 1. 9. 14:37

염리동 산동네(?)에서 산지 이제 만 1년이 되어간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미끄러지듯이 깍여 내려간 언덕의 경사를 보고 와~ 했었다.

꾸불꾸불한 골목숲 깊숙이 숨겨진 보물인양 가파른 염리동 언덕을 헐떡이며 발견하게되는 산위의  교회, 그곳이 염산교회이다.

염리동 언덕의 정점, 최고의 전망이 가능한 곳에 염산교회가 있으며 우리집은 바로 옆에 위치한다.

우리집을 방문하기 위해 온 손님들은 늘상 그 언덕의 경사와 미로같은 골목에 관한 이야기로 인사를 시작한다.

산위의 마을이 숨겨지지 못하리라는 마태복음의 말씀이

이곳에 오면  레마로 다가온다. 

염산교회의 예배는 순례자들의 예배라 할 수 있다.

유대땅에 흩어졌던 이스라엘 민족은 명절을 맞아 예루살렘의 성전으로 향한다.

예루살렘은 높은 고지대에 있기에 그들이 성전으로 향하는길은

늘 산을 오르는 가파른 순례의 길이었다.

염산교회의 교인들의 교회를 향한 발걸음은 성전을 오르는 발길과 흡사하다.

교인들은 예배를 참석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순례자의 영성을 가져야 한다.

성소를 향해 올라가는 그 순례의 고단함을 이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예배 전에 충만하게 갖고 오게되니

그 예배는 그야말로 순례자들의 향연이 되지 않겠는가?



나는 이곳에서 산지(山地)의 삶을 배운다.

산지란 무엇인가? 단순히 높은 위치에 위치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지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단연 '갈렙'이리라.

갈렙은 여호수아 14장에서 '그날에 주께서 말씀하시고 약속하신 이 산지를 저에게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갈렙이 요구한 산지는 헤브론이었다. 

예루살렘 근처 더 크게는 사해 주위로 형성된 유대산지 중의 한 성읍이었다.

이 산지는 이스라엘 중앙에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석회암질의 고지대이다.

석회암지대이기에 물이 없고, 나무도 많지 않다.

삶을 영휘해 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또한 그곳에는  철병거를 가지고 있는 적들이 있다.

정복하기에 결코 녹녹치 않은 땅이었다.

늘 싸움이 있었음을 얘기한다.



이곳 염리동에서 살면서 산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평지 사람들보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겨울철 눈 올 때 확실히 다르다.

겨울철 산동네에 눈이 오면 비상이다. 

차는 말할 것도 없이 사람들도 오가기 힘들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가? 눈오는 날 오히려 이곳 언덕의 눈이 더 빨리 치워지고 차들이 더 안전하게 오갈 수 있다는 것을...

처음엔 참 신기했다. 

다른 평지에는 눈이 아직도 치워지지 않았는데 이곳에는 제설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져 눈이 더 빨리 치워지고 있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삶의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위와 삶가운데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늘 감지하고 인식하면서

살아가기에 이뤄지는 결과가 아닐까?

갈렙이 산지를 선택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 본다.

그는 더 어렵고 힘들고 위험이 도사린 산지의 삶을 선택함으로

그의 삶의 나태함과 안일함을 떨쳐내 버리고 싶었으리라.

늘 도사리고 있는 어려움과 적들은 그의 영혼을 더욱 연단시키는 도구들이었다.

그를 깨어 있게 만드는 자극제였던 것이다. 



요며칠 목사님들이 사는 사택에 동파인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물이 나오지 않거나 평소보다 훨씬 적게 나오고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아내와 아가가 집에 들오오자 마자 닥친 어려움이다.

아가를 목욕할 물이 없어 발을 동동거려 보기도했다.

그런데 산지의 삶을 묵상하며 이 또한 웃어 넘기고 있다.

산지는 소나기가 석회암질에 침투하지 못해 흘러 넘쳐 홍수를 이룰 때도 있지만 평소에는 물을 찾기가 너무나 힘든 장소 아니던가?

이 부족함을 통해 풍성했던 시절에 대한 감사를 되내어 본다.



하박국은 그의 글의 마지막에 이런 노래를 실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기뻐하리로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산지-山地) 다니게 하시리로다 (하박국 3장 17-19)

높은 곳, 즉 산지를 다니게 하는 힘을 주시는 하나님을 기뻐하겠다는 하박국의 노래다.

산지의 삶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힘든 삶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워가게 되고 

하나님께서 주신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결을 체득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감사한 삶인 것이다. 

산지를 허락하신 하나님, 평지의 영성이 아닌 산지의 영성으로 평생 살아가게 하소서!!

나로 높은 곳을 다니며 주님을 자랑하게 하소서!!

따지고 보면 그전의 종암교회도 언덕위에 있는 곳이었지 않나?

높은 곳만 다니게 하시려나?? ㅎㅎㅎ

산지에서의 삶은 나를 더욱 강하고 근력있게 연단할 것이다.

Posted by sper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