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4장 묵상 - 작더라도 숨겨졌더라도 느리더라도...>
주목해 볼 것은 비유들 중, 세 비유가 씨앗에 관련된 비유라는 겁니다.
씨뿌리는 자의 비유 또는 밭의 종류에 관한 비유(1-20절)
자라나는 씨의 비유(26-29절)
겨자씨의 비유(30-32절)
어려서부터 농사 경험이 많기에 이런 씨앗 비유들은 마음에 많이 와 닿습니다.
오늘은 씨앗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특징과 비밀들을 묵상해봅니다.
먼저 하나님 나라는 매우 작게 시작됩니다.
누룩비유도 그렇고 씨앗비유도 그렇지만 매우 작은 것이지만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는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운동력은 강철 같은 정당 조직이나 우렁차고 당당한 군대 행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작은 겨자씨와 극도로 적은 양의 누룩으로부터 진행됩니다.
겨자씨처럼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축소시킨 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되는 나라입니다.
누룩처럼 자신을 극도로 응축시킨 자 속에 하나님 나라의 변혁력이 꿈틀대며 진행되어 가는 것입니다.
나 한 사람, 그리고 우리는 아주 적은 자, 작은 자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부정하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를 축소시키고 응축시킬 때
나와 우리는 그 적음과 작음을 뛰어 넘어 놀라운 파급 효과를 내며 하나님 나라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세계변혁의 구원은 개인 구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구원 없이 사회 구원이나 사회 변혁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으로 변화된 한 사람 한 사람이 씨앗으로 성장하여 사회를 변혁시켜 나가는 것이지요.
한 사람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그 마음에 하나님 나라를 맛본 사건은, 세속적인 역사 속에서 눈에 띌 만큼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알의 겨자씨가 땅에 떨어진 사건입니다.
겨자씨가 땅에 떨어져 감춰져 있을지 모르지만 때가 되면 성장하고 부풀어 올라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입니다.
둘째로 하나님의 나라는 비가시적(非可示的)으로 성장합니다.
과연 커 가고 있는가,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씨앗의 자람이 그렇잖습니까?
하나님의 나라는 아주 인격적으로 천천히 강림합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올 개인들의 자발적인 결단 또한 아주 인격적으로 심사숙고한 후에 선택하도록 초청됩니다.
하나님 나라는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영속적으로 진행되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급진적인 혁명이나 정치적 권력 또는 무력으로 변화되어가지 않습니다.
인격적인 변화로 감화시키며 천천히 세계를 잠식해 가고 있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삶을 보십시오. 그는 30년간 거의 눈에 띄지 않게 갈릴리 황무지에 뿌려진 한알의 겨자씨였습니다.
감춰진 누룩이었지요.
그러나 발아하고 자라, 때가 이르자 그는 드러났고 폭박적인 사랑과 에너지로 온 이스라엘을 변혁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습니다.
땅에 떨어져 감춰지고 은닉되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씨앗은 자라고 있고 때가 이르면 그 성장은 놀랍게 이뤄지며, 거기서 뿜어지며 방출되는 선한 에너지와 열매들로 말미암아 세상은 변화되는 것입니다.
2월 이맘 때 즈음부터 아버지는 여러 종류의 씨앗들을 준비하시며 한 해 농사를 시작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2월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씨앗은 이미 우리 안에 뿌려졌습니다.
비록 나는 작고 우리는 적은 수지만, 또한 우리는 감춰지고 드러나 보이지 않은 초라한 씨앗일지 모르지만
이제 하나님 나라의 놀라운 영향력과 운동력은 우리로부터 꿈틀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작더라도 숨겨졌더라도 느리더라도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뿌려진 씨앗을 움티우며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