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2014. 3. 5. 07:43

<누가복음 18장 묵상 - 먼지의 기도>

오늘 누가복음 18장에는 기도와 간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몇 가지 등장하는군요.
과부와 재판관의 비유(1-8절)은 누가복음에만 나오는 누가복음 특수자료인데 들어줄 때까지 간청하는 기도에 대한 교훈입니다.
바리새인과 세리가 성전에서 드리는 기도에 대한 비교 대조 이야기(9-14절)은 기도하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 가짐에 대한 교훈을 일러줍니다.
그리고 18장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여리고의 눈먼 거지의 치유사건(35-43절)은 믿음으로 예수님께 부르짖어 자신의 병을 치유받은 이야기입니다.

과부, 세리, 눈먼 거지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부르짖고 구하는 상대가 누구인지와 또한 그에게 부르짖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던 사람입니다.

먼저 내가 부르짖고 구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습니다.
과부는 자신이 간청하는 상대가 비록 불의한 재판장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가 간과하지 않았던 것은 그 불의한 재판장이 자신의 원통함을 풀어줄 권력과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파워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것이죠.
바리새인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떠벌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기도를 드리는 분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반면 세리는 성전에 거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함에 압도되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먼 거지는 여리고를 지나가시는 예수님이 “다윗의 자손”이란 것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부르짖습니다. 
기도와 간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내가 부르짖고 간구하는 상대가 어떤 분이신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죠.
그 분은 나를 건질 능력이 있으시고, 고칠 힘이 있으시고, 나의 문제에 대한 자비와 긍휼을 풍성히 가지고 계신 분이라는 확신과 신뢰가 없이 어떻게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기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부르짖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았다면, 다음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과부는 원망과 원한으로 가득한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합니다. 
세리는 주님의 자비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신의 죄악의 참상을 바라보며 한 없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눈먼 거지는 말할 필요가 없죠. 너무나 막막한 상황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나에게 있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아뢰었습니다.

오늘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로서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날입니다.교회 전통에 의해 재의 수요일에는 가지를 태우고 남은 재를 이마에 십자가 모양으로 바르며 회개와 갱생을 촉구했습니다.
사순절(40일 동안 부활을 기다리는 절기)이라는 절기 자체가 부활을 기다리며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내면의 성찰을 하는 시기이지요.
그 사순절의 시작이 바로 재의 수요일, 바로 오늘입니다.
재의 수요일에 우리 모두 드려야할 기도는 과부의 기도이며, 세리의 기도이며, 눈먼 거지의 기도입니다.
우리는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창세기 3장 19절)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 줌 재로 돌아가는 먼지에 불과한 나의 존재를 인식해야 합니다.
죄악으로 가득한 내 실존을 인식할 때 하나님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님, 그 분은 흙으로부터 우리의 형상을 빚으셨고, 생기를 불어 넣으셔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시작이며 끝을 주관하시는 분이십니다. 모든 죄를 용서하실만큼 자비로운 분이십니다.
자신이 닥친 환란 앞에서 잿더미에 앉아 죄의 보속을 기다렸던 욥을 기억합니다(욥기 2장 8절).
아무쪼록 2014년 사순절에 내 영혼이 참 기도와 간구를 배워 영혼의 갱생을 누리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재의 수요일 아침, 먼지에 불과한 내 영혼이 주님의 참 자비와 긍휼을 얻어 새롭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아멘.

Posted by speramus